역사적으로 보면 홍안박명(红颜薄命=미인박명)이라는 말에는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역사 이야기를 통해 대표적인 '미인박명'에 해당하는 인물인 경국지색 매희와 달기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중국 대표 "미인박명(红颜薄命)"- 매희 & 달기
1. 매희(妹喜; 말희)
원래는 말희가 맞지만, 만화 《봉신연의》에서 매희라고 오역되어 매희라고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말희가 중국 역사상 최초의 여간첩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사서에 의하면, 말희(매희)는 시 씨 부족의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고 한다.
시 씨(施氏) 부족은 산동성 지역에 있던 작은 나라였는데, 처음에는 하나라에 항복하지 않으려고 했고, 하나라의 걸왕은 바로 병사들을 보내 포위하고 공격을 퍼부었다.
하나라 군대를 마주하자 시 씨는 바로 하나라에 굴복하고 신하가 되어 조공을 바치겠다고 하였으나, 난폭한 걸왕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시 씨 부족을 학살하였다.
시 씨는 하나라의 걸왕이 호색 폭군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부족 안에서 가장 빼어난 미모를 가진 말희를 걸왕에게 바치게 되었다.
말희(妹喜)의 미모는 하나라 걸왕의 분노를 가라앉게 하여 병사들을 물러가게 하였고, 말희는 머지않아 하나라 걸왕이 가장 총애하는 후궁이 되었다.
말희(妹喜)는 자신의 나라를 지배하고 멸망시킨 걸왕에게 복수하기 위해 걸왕을 타락시켰고, 거대한 궁궐을 다시 짓게 하였으며, 비단옷을 입은 궁녀들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면서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잔치를 계속 벌였다.
그러다 말희는 걸왕에게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로 숲을 만들어 마음대로 먹고 마시게 해 달라(=주지육림 酒池肉林)"고 했고, 걸왕은 이내 주지육림의 공사를 시작하였다.
하나라는 점점 더 쇠퇴했고, 말희는 신 씨 부족의 수령인 이윤(伊尹)과 연합하여 상나라가 하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을 도왔다.
기록에 의하면 걸왕이 상나라 탕왕에게 사로잡혀 역산으로 유배 보내지게 된 후, 말희는 상나라 공신의 신분이 됐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부귀영화를 버리고 걸왕을 따라가 같이 남소(南巢)의 산에서 죽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말희는 후세 사람들에 의해 홍안화수(红颜祸水; 너무 예뻐서 문제(祸; 화)가 끊이지 않는 여자)의 전형적인 인물로 꼽힌다.
사실 당시 하나라는 천하를 다스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그저 중원지역의 비교적 큰 제후 국가였다.
하나라는 걸왕의 폭정으로 인해 제후들이 떠나면서 흔들리고 있었고, 백성의 원망이 이미 깊었기 때문에 하나라의 멸망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며, 말희라는 한 여인에게 하나라 멸망의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 달기(妲己)
달기는 중국 상나라 말기, 주왕(纣王)을 타락시킨 장본인이자 주왕이 가장 총애하던 후궁으로, 악독한 팜므파탈의 경국지색으로 알려져 있다.
주왕과 달기는 한마디로 '부창부수(夫唱妇随)'라고 할 만한데, 《서기(史记)• 은본기(殷本纪)》의 기록에 따르면 주왕은 잔인함의 극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중국 고대 민간 기록 《봉신연의(封神演义)》에서 주왕은 한마디로 사디스트(施虐狂) 성향을 가진 변태로 나온다.
봉신연의에서 달기는 천년 먹은 여우 요괴로 나오는데, 하늘의 명으로 상나라를 혼란에 빠뜨린다.
상나라 주왕 당시에는 죄인을 숯불 위에 기름을 발라 달궈진 구리 원통 위를 걷게 하는 포락지형이라는 형벌이 있었는데, 죄인들은 모두 그대로 기둥에서 미끄러져 숯불로 떨어졌고, 주왕과 달기는 그렇게 끔살 당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상나라는 후에 주나라에 의해 멸망당하는데,그때 주왕은 녹대에 들어가 스스로 불을 지르고 죽었고, 주나라 사람이 마녀 달기(妲己)를 죽이려 하는데, 그 미색에 미혹되어 칼을 들고도 차마 목을 벨 수 없었고, 후에 강태공에게 잡혀 참수당했다.
그런데 달기는 정말 그렇게 나쁜 사람이었을까?
정식 역사서든, 야사든 모두 달기는 팜므파탈, 만고 음악(淫恶)의 주범이라 할 만하게 나와있다.
그러나 주왕과 달기에 관한 기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악랄한 이미지도 더해지는 모습이 나타나는데, 이를 추론해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상상력이 더해져 사료가 더욱 생생하게 표현되며 수정되었고, 이러한 과정을 거친 사료를 바탕으로 후세에 《봉신연의》가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봉신연의》는 역사가의 연구를 거치지 않았고, 역대 문인들이 제공한 많은 소재들이 더해지면서 더욱 신기하게 표현되었다.
천고의 악녀라는 죄명이 씌워진 달기도, 폭군 이미지가 씌워진 주왕도 사실 실제 모습과 한참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는데, 상나라 주왕을 멸망시킨 주나라 무왕은 당시 왕위 찬탈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패배한 왕에 대한 기록을 좋게 할 수 없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심한 오명이 씌인 것일 수 있다.
이를 미루어 달기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그저 한 나라의 미인이었던 사람이 주나라 무왕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고도 후에 이런 오명까지 더해졌으니 정말 억울하지 않을까 싶다.
[자료: 바이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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